언어를 잘 배우기 위해서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 속에 노출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영어환경에 ‘노출’시키려 하기보다는 아이들을 교실에 앉혀놓고 선생님이 칠판에 써가며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교실영어라 볼 수 있는 학습법이다. 과연 이러한 영어학습법으로 제대로 된 영어습득이 가능할 것인가?

노출 시간의 절대부족
이병민(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는 교실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씩 제공되는 수업은 그야말로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성취할 수 있는 영어능력은 최소한에 그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이병민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우리의 환경에서 영어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이 대략 학생들의 영어에 노출된 시간과 비례한다”며, 언어를 제대로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00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의 저자 이신애 씨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차고 넘치도록 많이 듣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민을 간 아이들이 말문이 트이기까지 초등학교 저학년 기준으로 대략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매일 3시간씩 2년 동안 2,190시간을 듣기에 힘 쏟을 때 비로소 영어를 들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귀가 트여야 말문이 열리고 이후에 자연스럽게 읽기와 쓰기가 된다는 사실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학습방법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이뤄지는 노출의 양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루 2시간의 수업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년을 해도 고작 730시간 밖에 영어에 노출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2,190시간~10,000시간에 턱없이 못 미치는 영어 노출량인 것이다.

제한된 상황의 영어만을 습득
한국에서 수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 브루노(Joe BrunoㆍL 어학원)는 한국 학생들의 영어실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저는 학생들로 하여금 제게 질문을 하도록 해요. 그런데 다들 ‘How are you?’만 배웠는지 질문 내용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 것이 전부더군요.”

그에 따르면 교실에서의 진행되는 영어수업은 많은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대화나 평준화된 내용을 가르친다고 한다. 문제는 교재에서 공부한 대로 상황이 재연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이 허둥댄다는 것이다. “교재에서 배운 대로 A라고 말한 후 B라고 대답할 것을 예상했는데, 상대방이 C라고 말하면 그땐 뭐라고 해야 할 지 아이들이 모릅니다.” 이처럼 교실에서 상황 영어를 배운 아이들은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능력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교실영어에서의 수업만으로는 제대로 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중언어전문가인 하버드 교육대학원 캐서린 스노 교수에 따르면 아이들이 교실수업을 통해 하루에 12시간씩 영어를 배운다 해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매우 제한적인 언어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잘하지 못하며 배우는 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고 주장한다.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하고,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진정한 의사소통이라 할 수 없다. 영어로 다양한 정보를 소화하고, 다양한 책을 읽으며, 연설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진정한 의사소통이라고 한다면, 교실 내에서 특정 상황에 필요한 영어 몇 마디를 배워오는 것은 교실영어가 갖는 한계라 볼 수 있다.

-튼튼영어 인용-